목차
시작(詩作)
나는 2015년부터 시를 써왔다.
지금은 사라진 홍대의 24시간 카페에서 장난처럼 써본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써왔다.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내 시를 세상에 내놓지는 못했다.
물론 다작을 한 것은 아니다.
근래에는 거의 손도 대지 못했다.
회사일이 바쁘다는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말이다.
(살다보면 핑계거리가 자꾸 늘어가는 것 같다는 핑계를 또 늘어본다)
처음 시를 시작(詩作)했던 2015년을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참으로 순수했고 무식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용감했다.
당시에는 하상욱 시인의
서울시, 시밤 등
이런 짧지만 임팩트가 있는
촌철살인의 묘미에 빠져들었을 때였다.
그 당시 썼던 것을 몇 가지 공개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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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
카페인이 필요해 우두두둑우두두둑 우웅우웅우웅 삐걱삐걱 탁탁탁탁 딸깍 치익 주르르륵 주르르륵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후루루루룩 후르르륵 아쓰읍 뜨거 |
이 작품은 원두 그라인딩부터 에스프레소 추출, 그리고 아메리카노 희석 전 과정을 담았다.
(커피를 꽤나 예전부터 좋아했던 것 같다. 커피에 대한 얘기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써봐야겠다.)
텍스트의 배열에서는 마치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잔으로 이어지는 시선을 연상케하는 위트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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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시
한 여름밤의 계엄령 모기소리가 위잉위잉 귓속으로 들어갔다 전투기처럼 내 뇌속에 소닉붐을 일으킨다 아.. 자고 싶은데 손이 따끔거린다 폭격기였나보다 |
이 작품은 서로 낯설고 어색한 단어를 가져와 조합해본 실험적 시도였다.
당시 여름 모기로 힘들었던 상황을 고스란히 담았다.
힘든 상황에서도 웃는 것을 넘어, 즐기는 자가 일류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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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처음 시를 쓸 때에는 아무렇지 않게 '나'를 나에 대한 것들을 페이스북 등에 공개를 했었는데,
오히려 지금의 나는 잔뜩 움츠려든채 바깥 세상을 숨죽이면서 지켜보고 있는 땅 속 무언가 같다.
지상 위로 나와야 이 존재를 알릴 수 있을텐데 말이다.
남들의 평가를 두려워 하는 것인지, 외부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는 것인지.
일단 부딪혀봐야 한다.
그리고 부딪혀봐야 안다.
두려움은 내 자신이 만들어낸 허상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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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선언하듯 이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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