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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를 전공하다
나는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조소는 조각과 소조를 합친 단어이다)
학교에서 흙 작업(소조)도 해보고, 목조와 철조(용접조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무겁고 먼지가 많이 나오는 작업은 꺼려했다.
신체에 부담이 안가고 몸 건강에 덜 해로운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림(페인팅, 드로잉), 사진, 영상, 설치 등의 작업을 선호했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재료로 사용하고, 나만의 스토리와 개념을 부여하는 것.
물리적으로는 얇거나 가볍지만, 그 의미는 얄팍하지 않은 작업을 선호했다.
다른 사람의 전시를 볼 때도 그러한 선호가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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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포인트 : 2018년
그러나 2018년 즈음을 기점으로 개념적인 작업에 대해 피로감을 느꼈다.
스스로 해왔던 작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 프랑스 교환학생 시절, 유럽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갈 때면 거대한 조각들을 볼 수 있었다.
작품에 '압도' 당한다는 느낌을 그때 처음 받았다.
차가운 대리석의 물리적 매스가 가진 힘이 있었다.
그 작품을 만든 조각가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망치와 끌의 수 많은 움직임이 고스란히 담긴 자국들이 보였다.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작품은 여전히 실재했다.
제대로된 전통적인 조각 작업은 해본적이 없던 나에게 그것은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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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중심적인 작업
그 뒤로는 개념적인 것 보다도 시각적인 요소가 중점인 작업을 선호했다.
한눈에 보아도 어떤 작품인지 알 수 있는 직관적인 것들.
형태, 질감, 이미지, 인상 이런 것들이 확연히 느껴지는 그런 작업들.
관객이 미술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이 많지 않더라도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그런 작업들.
즐기는 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핵심이었다.
단 몇 초라도 관객의 눈을 사로잡아 잠시 멈추게 한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 취향은 다른 사람의 작업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개념적인 작업들.
리서치 기반의 아카이브성 작업들.
텍스트가 빼곡히 적혀있는 작업들.
사회적 메시지를 가진 작업들.
작가가 여러 레이어를 두고 숨겨놓은 뜻들.
그런 것을 고민하면서 전시를 보는 행위가 언제부터인가 피로해졌다.
에너지를 써가며 고민하는 것보다는 여가처럼 즐기는 편이 조금 더 필요했다.
어쩌면 그저 미술에 대한 휴식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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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어디까지나 취향은 주관적인 것이며 가변적인 것이이다.
머지않은 미래의 나 역시 취향이 바뀔 지도 모른다.
다만, 현재까지는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내 작업과 보고 즐길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의 작업을 경험하고 싶다.
요즘에 재밌는 전시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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